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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yechoi
kt위즈 야구팬 1년차 응원 후기 본문
올해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스포츠는 하는 건 좋지만 보는 데는 흥미가 없는 편이라, 어떤 스포츠 팀을 응원한다는 게 처음이다.
응원하는 팀은 수원의 kt 위즈. 단순하게 가까이 위즈파크가 있어서, 주말에 쉴 겸 데이트 할 겸 경기를 보러 갔다. 시즌 초에는 룰도 선수도 몰랐는데, 두세번 가보면서 재미를 붙이자 유니폼도 샀다. 그래도 '얼마나 자주 가겠어'라는 생각에 어센틱이 아니라 레플리카 유니폼을 샀는데, 예상과 달리 틈나면 야구장을 갔다.
경기를 몇 번 보고 마킹할 선수도 정했다. 나는 강백호, 남자친구는 문상철! 중요한 순간에 강하고 또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에 난 강백호 선수를 마킹했다. 문상철 선수는 오랜 시간을 2군에서 보낸 뒤 30대가 되어서 1군에 안착했는데, 그가 1군을 꿈꾸는 2군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남긴 인터뷰를 보고 남자친구는 선수 이름을 마킹했다. 야구 천재로 불리는 슈퍼스타와 꾸준함 끝에 빛을 발한 선수, 스토리는 다르지만 둘 다 정말 멋있다.
인터뷰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어서 써보자면, 인상 깊게 남은 인터뷰가 몇 개 있다.
- 문상철 선수의 등장곡 의미를 설명해주는 인터뷰: 문상철 선수의 등장곡은 Imagine Dragon의 Natural이다. '성공하려면 냉정해야 한다'는 가사가 있어서 이 곡을 등장곡으로 택했다고 한다. 잘해도 못해도, 들뜨지 않고 쳐지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 최선을 다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난 뜨거운 최선보단 냉정한 최선이 멋있어!
- 소형준 선수의 인터뷰: 이 인터뷰 영상 말고 다른 인터뷰 영상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이 인터뷰 영상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어떤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랐냐는 질문에 '한 타자 한 타자, 한 구 한 구 집중해서 투구하려고 했다'고 답한다. 번잡한 생각이 몰려올 어려운 상황이더라도 집중해야 할 건 심플한 한 가지.
- 이강철 감독의 준PO 4차전 승리 인터뷰: kt에겐 벼랑 끝 경기가 여러번 있었는데, 이 경기도 마찬가지로 지면 시즌이 끝나는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kt는 점수를 먼저 내고 우위에 있었지만, 중간에 투수가 바뀌면서 동점 상황이 된다. 결국 연장 11회에 가서 어렵게 승리했는데, 승리 후 인터뷰에서 감독은 '제가 투수 교체 미스로 게임을 망쳤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혼을 발휘해 주었다'고 말한다. 투수가 기대에 못미쳤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모습이 겸손해서 멋지다.
마지막 경기를 보고 나선 여운이 굉장히 많이 남았는데, 절박한 모습 때문인 것 같다. 야구를 보기 시작했을 때 kt는 뒤에서 두 번째인 9등이었다. 그런데 점차 올라가더니 벼랑 끝에서 몇번이고 승리를 이뤄냈다. 5위를 결정짓는 타이브레이크 경기에선 역전승을 거두고, 와일드카드 전에서는 전례없던 업셋을 이루고, 준PO에서도 4차전에서 연장 끝에 승리해 5차전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비록 준PO 5차전에서 져서 도전이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멋진 도전이었다. 이 벼랑 끝 경기 8개 중 5개를 직관을 했으니, 도파민이 터져 안 터져!
진 경기였지만 그간 최선을 다해온 과정이 있다는 걸 알기에, 팬들이 끝까지 호응을 보내준 것도 따뜻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선수들 응원가를 하나하나 다 불러주고, 구단 버스를 끝까지 배웅해주고 쏘 훈훈... 인기 구단은 아닌지라 팬들이 일당백으로 목소리 높여 응원하는 것도, 이전보다 늘어난 팬들에 선수와 감독이 매번 감사를 표하는 것도 성장 스토리를 구단과 팬이 같이 쓰는 것 같아 좋았다. 드라마틱한 순간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오기 전까진 잘 버텨내야만 하고 잘 버텨내도 기회를 잡지 않으면 소용 없는 야구의 흐름도 재밌다.
우리 팀 야구가 끝났으니 이제 일본어 공부를 정말 해야하는데, 아직도 각종 야구 콘텐츠를 찾아보고 있다 ㅎ... 아무튼 정말 재미있는 시즌이었다. 정조대왕 유니폼은 아직도 배송이 안 되어서 입어 보지도 못했는데, 어서 시즌이 돌아와서 이 유니폼 입고 야구장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