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yechoi

드디어 경험한 일본의 문화 컬쳐(잘못 쓴 거 아님) 본문

et cetera

드디어 경험한 일본의 문화 컬쳐(잘못 쓴 거 아님)

yechoi 2022. 9. 21. 23:17
반응형

일본 동료들과 협업한 지 이제 일 년! 그동안 지인들에게 문화 차이를 느낀 적 없느냐는 질문을 몇 번 받았던 것 같은데, 별다를 게 없었기 때문에 "딱히 없는디?"라고 답했다. 그런데 오늘 "한 번 느낀 적 있어"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경험이 하나 생겼다. 일 년이 짧다고만은 볼 수 없다면 '드디어' 문화 차이를 느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에피소드를 비유해 말하자면 이렇다. 점심으로 중국집에서 배달시키려고 하는데 짜장면과 짬뽕 중 골라야하는 상황이다. 모두 같은 메뉴를 먹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메뉴가 통일되면 나오는 시간도 절반으로 급격히 줄고 군만두도 많이 준다고 했다.


일본 친구들은 짜장면을 먹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렇지만 매운 음식의 민족, 한국인 중엔 짬뽕을 먹고 싶은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그건 단순 선호였고 굳이 짬뽕을 먹지 않고 짜장면으로 통일해도 됐다. 왜냐하면 짜장면을 먹는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었고 짬뽕은 일본 친구들에게 좀 매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 친구들은 "짬뽕 먹고 싶은 사람이 많긴 한데, 다 같이 짜장면 먹어두 돼"라고 말했다. 겉치레가 아니었고 정말 말의 액면가 그대로 짜장면으로 통일해도 된다는 의미였다.


메뉴 결정권은 일본 친구들에게 있었기 때문에 "아 그럼 짜장면으로 가시죠!"라고 해도 모두 "ㅇㅋㅇㅋ 굿굿"하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일본 친구들은 짜장면을 먹자는 이야기는 하질 않았다. 대신에 짬뽕을 먹으면 티셔츠에 국물이 튈 수도 있고, 빨개서 배가 아플 수도 있고... 짬뽕의 단점을 줄줄이 늘어놨다. 짬뽕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으로 이해한 한 사람이 "아 그러면 사골 베이스의 백짬뽕도 있어, 그건 안 맵고 안 빨개"라고 일종의 솔루션을 제안하니, 짬뽕이 안 되는 이유를 두세 배쯤 더 늘어놨다.


일본 친구들은 짜장면을 원하는데, 직접적으로 짬뽕을 반대하는 말을 하지 못해 빙빙 에둘러 이야기했던 것이다. 상대방에게 거절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었던 것! 나에게는 조금 충격적인 문화 차이였지만, 아무래도 남들은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동생에게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더니, 이야기 중반쯤에 '아 실은 거절하는 거구나? 일본인들은 거절하는 걸 어려워한다고 했어'라고 말한다. 나도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 일본어였는데 문화는 배운 적이 없었던 걸까...


궁금증이 남아 검색도 해봤는데 '완곡법', '배려 표현' 등 칭하는 표현이 따로 있었다. 그만큼 이 문화는 일본에서 아주 일반적인 것인가 보다. No를 명시적으로 이야기하면 무례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돌려 돌려 이야기한다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예시는 '검토하겠습니다'가 실은 거절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일본 직장에서 실례가 되지 않도록 에둘러서 말하는 방법'이라는 글이 있을 정도로, 완곡한 표현은 일본과 비즈니스를 한다면 꼭 알아두어야 하는 문화인 듯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이런 문화를 알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느낀다. 앞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상대방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부정적인 뉘앙스의 이야기를 반복하면 거절의 의미라고 이해해야지! 검토한다고 이야기하면, 검토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