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yechoi

단단해진 2024년 안녕! 본문

J’écris

단단해진 2024년 안녕!

yechoi 2025. 1. 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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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1.에 쓰고 2025.01.01.에 올리는 회고) 
2024년도 벌써 마지막! 회사의 회계년도가 3월에 끝나도록 바뀌어서 그런지, 한 해의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 실감이 안난다. 그렇지만 연말은 연말, 새해는 새해! 올해를 회고해 보아야지! 
 

시야가 넓어지는 업무 경험

올해의 나에게(그리고 앞으로의 나에게도) 일은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존재였다. 이전 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일에서 많은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일하는 게 기본적으로 재밌다. 그 중에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협업 관계를 새롭게 세팅한 경험이 의미가 있었다. 합병으로 주요 협업 파트너들이 바뀌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했다. 기존에 당연하게 여겼던 협업 방식이 더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어서, 다시 라포를 쌓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 연계할지 고민했다. 초기에는 상대방이 동등한 파트너라고 여기지 않는 인식이 있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동등한 파트너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협업 대상이 이전에 비해 아주 많아져서 아직 진행 중인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올해 초와 비교해본다면 정말 많은 부분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같이 작업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졌고, 연초보다 실무적으로 많은 부분을 같이 논의하고 있으니. 지난해까지 일본 출장을 갈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일본의 새로운 파트너들과 일하면서 올해는 일본 출장을 세 번이나 다녀왔다. 일본 동료와의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일본어도 이전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자격증 시험도 치뤘다. 
조직 문화에 가까운 일에 있어서는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많이 고민하는 한 해였다. 올해 크게 두 가지 고민을 했다고 할 수 있는데 한 가지는 '온라인 위주의 업무 환경의 한계를 벗어나 사람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사내 기술 밋업으로 풀어내보았는데, 회사 블로그에 후기도 남겨두었다. 또 다른 고민은 '협업 파트너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앞서 말한 협업 관계 세팅 경험과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합병 이후 카운터 파트가 다양해지고 그룹사라고 칭할 수 있는 범위도 굉장히 넓어졌다. 서로 다른 회사가 하나가 된 만큼 프로덕트 그리고 문화가 다양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의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어, 그런 관점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업무 말고 새로운 영역의 업무를 해볼 기회도 있었다. 조금더 기술적인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이 분야에 있어서는 내가 아무런 경혐과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도전적이었다. 처음에는 무얼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했던 것 같고, 지금은 좀더 알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우리 회사의 플랫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일이라 그간 기술적으로 들여다 보고 싶었던 갈증이 채워지기도 했다. 기술과 다른 분야의 교집합에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기술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어야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밖에 사내 칭찬 릴레이에서 지목받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에 블로그 스터디를 운영했던 것으로 동료분께서 칭찬해주셨는데, 나에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업무인데 함께 해주신 분들의 기억에도 남았다니 기뻤다. 팀의 다양한 변화도 잘 견뎌내었다고 생각한다. 
 

올해 내가 좋아했던 것

일 외적으로는 새로운 취미가 많이 생겼다! 지난 겨울에는 스노우보드에 맛들려서, 올해는 아예 장비도 장만하고 시즌권도 끊었다. 회사랑 스키장이 꽤 가까우니까 보드 차에 실어 놓고 퇴근하고 스키장 가야지! 이제 카빙을 해보고 싶은데 영상을 봐도 잘 모르겠으니 레슨도 받아봐야겠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에 꽤나 빠져서 지냈고(야구 팬 후기), 지금은 하지 않지만 수영도 꽤나 오랫동안 했다. 오랜만에 삼종 경기도 참여했었다. 
올해 조정에서는 여자OB팀 주장을 맡았다. 무엇보다 좋은 건 팀에 합류한 후배들이 많아졌다는 것! 그동안 여성 부원이 수적으로 적기도 하지만 활동을 지속하는 부원들이 많지 않았다. 비슷비슷한 선수 엔트리를 내야했던 상황이었어서, 커뮤니티로서 여OB 팀이 커지기를 바라왔다. 올해는 새로운 후배들이 많이 합류해서, 엔트리도 새롭게 짜보고 훈련하는 재미도 늘었다. 내년에는 새로운 종목도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보통 타는 배는 4+(4명의 선수, 1명의 콕스)이지만, 염원하던 8+(8명의 선수, 1명의 콕스)도 내년엔 띄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승도 지켜내었다. 지금까지 여OB로 대회를 참여한, 몇번이더라...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8회 동안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주위에서는 당연하게 여기기도 하고, 1등을 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인상적으로 다가와 버리는 상황. 이전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평상시에 강도가 약한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한 후의 피로도가 점점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ㅎㅎ 평상시 관리도 잘 해야하는데! 그밖에 새로운 종목인 4X+(콕스드 쿼드러플)에서 메달도 따보고, 작년에 따놓은 국내 심판자격증을 드디어 사용해보기도 했다. 부산에서 열린 장보고기와 전국대학조정대회에서 심판을 했다. 
그밖에 사진첩을 돌아보니 일상도 행복했다. 연초에 LA 여행에 돌아오고 나서 한동안 타코 요리만 주구장창 해먹었던 것도 재밌었고, 남자친구, 가족, 강아지, 친구와 함께한 소소한 일상도 즐거운 게 참 많았다. 나에게 안정감과 행복을 주는 존재들! 
 

'버틴다'의 의미 

'버틴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도 꽤나 길었다. 버틴다고 하면 수동적인 이미지지만, 나는 이 태도가 상당히 능동적이고 의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얼 버텼는지는 여기선 생략하겠다.)
버티기로 한 건 문제를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피하는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피하는 건 문제 상황에서 빠르게 빠져나올 수는 있지만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문제 상황의 종료가 아니라 해결이었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없으리라는 법이 없고,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마주해보고 싶었다. 문제를 마주하면서 나로서도 해결을 위해 노력해 보지만, 어떤 문제는 내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도 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해결의 기회가 올 때까지 그 시간을 견뎌내는 힘도 필요하다. 
버티는 운동을 생각하면 '플랭크'가 떠오른다. 플랭크를 하는 태도와 버티는 태도는 비슷한데, '1분까지만 해야지...'하면서 1분을 채우고, 그 다음에는 '어우 좀만 더해, 1분 30분까지 해야지...'하면서 30초를 더 버틴다. 그렇게 버티다가 도저히 안되겠을 때는 잠깐 쉬고 다시 버틴다. 약간 그런 너낌... 이렇게 플랭크를 하면 코어 근육이 생기듯, 견디고 나면 마음이 강해진다. 지금은 나의 마음 근육도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나는 버티는 경험으로 문제를 마주할 용기,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들여다보는 법, 높아진 스트레스 역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주변에서 이런 태도를 알아주고 좋게 봐주기도 했다. 
 

2025년 환영해!

새로운 해에는 커리어적인 성장에 조금 더 신경써 볼 생각이다. 버티던 시간 동안 다소 챙기기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커리어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 자신을 위해 좀더 생각하고 실행해야겠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바라왔던 성장의 그림은 일관됐다. 주변의 상황과 얼라인시키면서도 그 방향성을 좇아봐야겠다.
그리고 좀더 유연해져 보려고 한다. 단단하지만 부러지지 않도록! 최근의 어떤 경험들로 너무 올곧다면 부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에 이런 취지에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해보기도 하고, 이전과 다르게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나를 지키면서도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24년의 끝은 혼란스럽지만 빛이 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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